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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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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의미심장한 음악이 사무실을 채웠다. 직원들이 시끌시끌하게 떠들다 문이 탁 닫히며 대화가 멈췄다. 분주한 발소리 사이로 전화벨이 울렸다. “정보 전략 팀 이미현입니다,” 내가 수화기를 들며 말했다.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 차장님이 찾으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하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달칵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렸다. 직원들이 한숨을 내쉬며 구시렁거렸다. “야, 미스 리 한 명 때문에 우리가 왜 눈치를 봐야 해?” 누군가 투덜거렸다. 한숨 섞인 공기가 무거웠다.

 

노크 소리 후 문을 열자 용준 차장의 한숨이 먼저 맞았다. “부르셨습니까?” 내가 묻자 그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커피나 한잔하자고.” 그러더니 비서에게 툭 내뱉었다. “김 양, 물 좀 받아 와.” 내가 얼른 말했다. “커피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물이나 받아 와!” 그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비서가 당황하며 물을 엎질렀다. “아, 좀 놔둬. 시키는 일이나 해!” 용준이 짜증을 냈다. 비서가 숨을 몰아쉬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용준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저건 자판기보다도 쓸모없네.”

 

 

그가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쓸모없는 놈들은 다 잘라야 돼. 안기부 조직 통폐합 때문에 인원 줄여야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XX, 문민정부? 안기부가 얼마나 중요한 조직인데, XX…” 그는 정부의 연속성을 비판하며 한숨을 쉬었다. “자넨 안 마시나?” 그가 묻자 내가 답했다. “괜찮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네,” 그가 짧게 웃었다. “일은 잘 진행되고?” 내가 쿨럭거리며 대답하려는 찰나, 두식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민 차장은 두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단순한 징계로 끝나진 않겠네요,” 내가 말하자 두식이 컵을 구기며 말했다. “쓸모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폐기하는 사람이니까요.” 툭 던지는 소리와 함께 그가 한숨을 쉬었다. “실패하지 않은 걸로 하죠,” 그가 제안했다. “네?” 내가 놀라 되묻자 그가 이어 말했다. “이 작전, 계속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죠? 나를 위해서인가요?” 내가 묻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원합니다. 그래야 미현 씨를 계속 볼 수 있으니까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용준에게 대답했다. “이번이 갈매기 작전 때 실수했던 걸 만회할 좋은 기회야. 잘하면 내 승진도 약속하지,” 그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보기에 김두식은 어떻던가?” 용준이 물었다. 나는 두식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돈까스 집에서 그가 말했다. “드라마 보면 주인공들은 항상 좋은 자리에 앉던데.” 내가 웃으며 맞장구쳤다. “드라마 많이 보네.” 그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이 집 장사가 잘돼서 심야 영업도 한다네요.” “돈까스도 배달되면 좋을 텐데,” 내가 말하자 그가 진지하게 답했다. “언젠간 모든 음식이 배달되는 세상이 올 거예요.” 우리는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옷에 뭐 묻어도 티 안 나는 게 좋네요,” 내가 말했다. “사무실은 회색, 사람들은 검정색, 나는 블랙,” 내가 덧붙이자 그가 물었다. “미현 씨는 무슨 색깔 좋아하세요?”

 

 

“어두운색만 아니라면 다 좋아요. 보라색이 제일 좋더라고요,” 내가 답했다. “집 커튼도 죄다 보라색이에요. 보라색 좋아하면 미친년이래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가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 미친년이셨…” 함께 웃음이 터졌다. “내가 두식 씨 앞에서 많이 풀어졌네요,” 내가 말하자 그가 부드럽게 답했다. “그래서 좋습니다.” “김두식 씨는 ‘좋다’를 자주 쓰네요. 원래 이런 캐릭터예요?” 내가 묻자 그가 고백했다. “원래 빈틈없고 냉정하고 과묵하죠. 근데 지금은 미현 씨가 앞에 있잖아요.” 그의 진지한 눈빛에 내가 말했다. “진지한 사람이었습니다,” 용준에게 답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두식과 다시 만났다. “김두식 씨?” 내가 놀라자 그가 창밖에서 나타났다. “놀랐다면 미안합니다. 이벤트 같은 거 해보고 싶어서,” 그가 멋쩍게 웃었다. “하늘을 날아요?” 내가 묻자 그가 말했다. “예, 날으는 돈까스 배달입니다.” 우리는 웃으며 보온병에 담긴 장국을 나눴다. “김두식 씨의 비밀을 알려줘서 고맙다고요,” 내가 말하자 그가 웃었다. “맛있게 먹어요.” 그의 진심이 또 한 번 내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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