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방 안, 동주는 흐릿한 기억을 더듬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모든 조각이 맞춰질 듯하면서도 엇갈리고 있었다. 2조 원. 그 엄청난 금액이 자신의 기억 속에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탁자 위에 놓인 서류들을 넘기던 그는 갑자기 멈춰 섰다. 글자가 어지럽게 흩어졌다. 분명히 본 적 있는 숫자였다. 손끝이 떨렸다. 어떤 기억이 떠오르려는 순간,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생각난 것 같군.” 낯선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동주는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실루엣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그 돈, 네 머릿속에 있다며?”동주는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먼저 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거리에서 동주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온몸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곳에 돌아온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조각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무언가를 떠올려야만 했다. 자신이 왜 이곳을 떠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발길이 멈춘 곳은 낡은 건물 앞이었다. 익숙한 듯 낯선 공간. 문을 밀어 열자, 먼지 쌓인 공기 속에서 오래된 기억들이 스며 나왔다. 벽에는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는 천천히 방을 살펴보았다. 여기에 자신이 찾는 답이 있을까. "돌아왔구나."낯선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동주는 고개를 돌렸다.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눈빛, 날카로운 기운..
숨을 죽였다. 어둠 속에서도 동주의 심장은 거칠게 뛰고 있었다. 밀폐된 공간, 차갑게 빛나는 서류 더미와 금고 앞에서 그는 주저했다. 눈앞에 놓인 금액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손끝이 떨렸다. 이 돈만 있다면 다시는 쫓기지 않아도 될까.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숨죽이며 살아가던 지난 시간과 이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가 손을 뻗는 순간, 문득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윤서.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문 저편에서는 이미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금고를 열었다. 사방에 깔린 감시 카메라의 붉은 불빛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뒤늦게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시간이 부족했다. 손에 닿는 돈다발을 가방에 쓸어..
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 책상 위에는 빳빳한 지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동주는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정리했다. 계획대로라면 이제 모든 것이 끝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돈이 단순한 종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마련한 비자금, 이제는 그를 어디로 이끌지 모를 불안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익숙한 실루엣이 스쳤다. 낯선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여기까지 온 걸 보니,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나 보네." 낮고 거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동주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문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차가운 눈빛, 그리고 손끝에서 반짝이는 칼날. 한순간에 상황이 뒤집혔다."누..
어둠이 내려앉은 항구, 차가운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가지만 동주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보물섬, 그곳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모든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곳이었다. 과거를 떠올릴수록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윤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어떤 거짓도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있잖아. 네 편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는 동주의 삶을 단단하게 붙잡아 주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마치 꿈처럼 달콤했다. 사랑은 그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하지만 그 세계는 너무 쉽게 깨지고 말았다. 그녀가 사라진 날,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흔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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