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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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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필리핀의 번화가에 자리 잡은 파라다이스 칼리즈 카지노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타갈로그어와 영어가 뒤섞인 대화가 오간다. 갑작스레 소음기 달린 총성이 터지며 사람들의 비명이 공기를 찢는다.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누군가 다급히 외친다. “사람 살려 주세요!”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미장원 안으로 울려 퍼진다.

 

 

정팔은 형님이라 부르는 무식에게 말을 건넨다. “권무십일홍 아세요?” 꽃이 열흘 동안 붉을 수 없다는, 권력과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정팔은 “화무십일홍”이라며 멋쩍게 웃지만, 무식은 책 좀 읽으라며 타박한다. “인생이 허망하다, 부질없다.” 무식의 말에 정팔은 머쓱한 한숨을 내쉰다. 볼튼 호텔 카지노에 도착한 둘. 무식은 정팔에게 밖에서 기다리라 지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지배인과의 대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띤다. 휴대전화 진동음과 함께 분위기가 급변한다. NBI 팀장이 타갈로그어로 명령을 내리고, 수갑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음이 요란하다. “왜 민석준을 살해했나요?” 질문이 쏟아지지만, 무식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한다.

 

장면은 무식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가난했던 집, 엄마가 탁아소에 맡기고 한 달 뒤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번째 봄이 와도 소식은 없었다. 탁아소의 미역국과 국수만이 끼니였다. 어린 무식은 친구 종현과 고기 타령을 한다. “닭고기 푹 삶아 밥 말아 먹으면…” 둘은 불개미를 잡아 한약방에 팔아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호랭이 굴 근처에서 불개미를 잡다 따끔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지만, 결국 한약방에서 돈을 받는다. 닭집 앞에서 튀김 냄새에 군침을 삼키지만, 돈이 부족해 쫓겨난다. 짱깨뽀 게임으로 돈을 모으려 하지만, 결국 실패. 배고픔 속에서 돼지 먹이를 훔쳐 먹다 수녀에게 혼난다. “우리 엄마 언제 와요?” 무식의 물음에 수녀는 시끄럽다며 윽박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숙자가 나타난다. “무식아!” 부둥켜안으며 흐느끼는 모자. “엄마 너무 늦게 왔지?” 숙자는 미안함을 쏟아낸다. 무식은 회상한다.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오는 부모는 드물었다고. 엄마는 여전히 힘겹게 살았지만, 그를 잊지 않았다.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숙자. 잔칫집 음식 찌꺼기를 얻어오는 게 전부였다. 무식은 올챙이를 잡아 돈을 벌며 작은 재미를 찾는다. 그러던 중 아버지 경덕이 나타난다. ‘장군’이라 불리는 지역 깡패. 교도소를 집처럼 드나드는 그는 숙자를 다그친다. “바람났나?” 무식은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쌤이 오라던데”라며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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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는 무식이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걱정한다. 경덕은 “모르니까 학교 오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집에서 경덕은 무식에게 책을 읽히려 한다. “가시나의 일생”이라며 ‘여자’를 가르치고, 독서가 사람을 만든다고 다그친다. 하지만 곧 돈 벌러 간다며 집을 나선다. 무식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불안 속에서 흘렀다. 그럼에도 불개미를 잡고, 짱깨뽀를 하며, 엄마를 기다리던 그 시절은 그의 삶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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