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후세계
비가 내리는 밤, 조명 가게의 불빛이 골목을 희미하게 비췄다. 형사는 숨을 몰아쉬며 문 앞에 섰다. “밤이 끝나지 않아요”라는 사장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곳이 이상한지, 자신이 이상한지 알아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쿠터 소리를 쫓아 골목을 헤매던 그는 늘 이 가게로 돌아오곤 했다. 문을 열자 사장이 조용히 맞이했다. “손님, 이미 빛을 찾지 않았습니까?” 형사는 그 말에 멈칫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같은 시각, 병원 중환자실에선 영지와 신입 간호사 부영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강병진은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남자였다. 구조견 맥스가 그를 구하려 끝까지 곁을 지켰지만, 맥스는 돌아오지 못했다. 병진은 혼잣말로 개 짖는 소리에 화를 내며 “잡히면 메가지 따 뿐다!”고 중얼거렸다. 영지는 부영에게 말했다. “이곳은 경계야.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분들을 우리가 지켜.” 부영은 그 말에 숨을 삼켰다.
한편, 버스 추락 사고로 실려 온 현주는 의식이 없었다. 엄마가 딸을 감싸며 충격을 막았지만, 현주는 경막하 출혈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 영지는 담담히 설명했다. “외상은 없어도 위험해. 사망률이 높거든.” 부영은 잠든 듯한 현주의 얼굴을 보며 속삭였다. “좋은 꿈이면 좋겠네요.” 병실에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렀다. 이어폰이 빠진 것도 아닌데, 마치 환자를 위로하듯 노래가 울렸다.
골목길에선 승원이 지웅을 업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승원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조명 가게로 가. 네 빛을 찾아야 이 골목을 벗어날 수 있어.” 지웅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빛이 뭐예요?” 승원은 힘겹게 웃으며 “너의 의지야”라고 답했다. 가게에 도착한 지웅 앞에 사장이 나타났다. “또 보네.” 지웅은 당황하며 “빛을 찾으러 왔어요”라고 말했다. 사장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영은 조명 가게에서 형사와 마주 앉아 있었다. “이곳은 사후 세계예요. 불의의 사고로 삶을 다 채우지 못한 이들이 여기서 이어가죠.” 형사는 믿기 힘들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난 아직 살아 있는데 왜 여기 있죠?” 원영은 차분히 대답했다. “살아 있는 이들은 여기선 귀신처럼 보여요. 경계를 지키는 거죠.” 형사는 유산된 아이의 태명을 떠올리며 목이 메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 원영은 위로하듯 말했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거예요.”
병실로 돌아온 영지는 갑작스런 심전도계 경고음에 놀랐다. “환자분, 들리세요?” 현주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부영이 담당의를 부르러 뛰쳐나갔다. 골목에선 승원이 지웅에게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지웅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승원은 비에 젖은 채 쓰러졌다. 조명 가게의 불빛은 여전히 골목을 비췄다. 병진의 귀엔 개 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고, 지웅은 가게 안에서 빛을 찾아 헤맸다. 사장은 말했다. “앞으론 보지 말자.” 그 말에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삶과 죽음, 현실과 사후의 경계에서, 조명 가게는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K-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물섬 / Buried Hearts : 9화 (2025) / 리뷰 / 줄거리 요약 (0) | 2025.04.01 |
|---|---|
| 조명가계 / Light Shop : 8화 (2024) / 리뷰 / 줄거리 요약 (0) | 2025.04.01 |
| 조명가계 / Light Shop : 6화 (2024) / 리뷰 / 줄거리 요약 (0) | 2025.04.01 |
| 조명가계 / Light Shop : 5화 (2024) / 리뷰 / 줄거리 요약 (0) | 2025.04.01 |
| 조명가계 / Light Shop : 4화 (2024) / 리뷰 / 줄거리 요약 (0) | 2025.04.01 |
- Total
- Today
- Yesterday
- 카지노
- 삼식이 삼촌
- 킬러들의 쇼핑몰
- 폭군
- big bet
- 조명가계
- Disneyplus
- 보물섬
- 무빙
- A Shop for Killers
- 트리거
- unmasked
- light shop
- hyper knife
- Moving
- uncle samsik
- the tyrant
- 하이퍼나이프
- buried hearts
- blood free
- 지배종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6 | |
| 7 | 8 | 9 | 10 | 11 | 12 | 13 |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 28 | 29 | 30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