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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눈 내리는 밤, 조명 가게의 불빛이 골목을 은은하게 밝혔다. 형사 양성식은 문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귀신 나온다는 소문에 끌려 또 이곳에 왔다. 문이 열리자 김상훈이 웃으며 맞았다. “또 오셨네요?” 성식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한 잔을 건네받으며 두 사람은 말을 섞었다. “자네가 나를 구한 거야.” 성식이 말했다. 상훈은 담담히 대답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그곳에서 헤매던 날들, 조명 가게로 이끌던 손길이 떠올랐다. 상훈은 이제 떠난다고 했다. “공석이 생겼으니 맡아주겠나?” 성식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시각, 병원 복도에선 영지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낯선 남자가 다가와 “왜 날 외면했어?”라며 소리쳤다. 영지는 당황하며 뒷걸음쳤다. “누구시죠?” 남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라고 외쳤다. 겁에 질린 영지가 엘리베이터로 뛰어들자, 성식이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그는 영지를 데리고 빠져나갔다. 남자는 트럭 기사였다. 사고로 죽은 그가 영지를 찾아온 것이었다. “너만 날 볼 수 있는데…”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한편, 현민은 병실에서 의사와 마주 앉아 있었다. “섬망 때문이에요.” 의사가 반복했다. 현민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맨날 똑같은 말만 하지 말고 살려줘요!” 기억 안 나는 여자 친구가 죽었다는 말, 혼란 속에서 그는 지영을 떠올렸다. 그녀는 염습사 앞에서 물었다. “그가 왜 날 기억 못 했을까요?” 염습사는 조용히 말했다. “미련을 버리세요.” 지영은 눈물을 삼키며 “그가 날 다시 불러줬으면…”이라고 속삭였다.

 

학교 보건실에선 현주가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엄마, 다 기억해.” 그녀는 섬망 치료를 거부하며 엄마 유희와의 순간을 붙잡았다. 조명 가게로 가라는 승원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유희는 현주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현주는 울며 말했다. “엄마랑 살고 싶어.” 소망아파트 앞에서 승원은 힘겹게 사과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사고로 죽은 그는 현주를 찾아왔다. “어머니가 널 돌려보내려 필사적이야.” 현주는 흐느끼며 엄마를 불렀다.

 

성식은 아파트 앞에서 김영탁과 마주쳤다. “죽은 사람들은 시간과 상관없어요.” 영탁이 말했다. 성식은 눈썹을 찌푸렸다. “너 누구야?” 영탁은 웃으며 “강동구민 백수”라고 답했다. 조명 가게의 역할이 성식에게 넘어왔다. 그는 골목을 떠나며 중얼거렸다. “미결이 많네.” 지영은 현민을 찾아가 속삭였다. “따라갈게.” 현주는 학교로 돌아갔고, 영지는 병원에서 새 날을 맞았다. 조명 가게의 불빛은 꺼졌지만, 골목엔 여전히 누군가의 숨소리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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