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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주는 천천히 손을 뻗어 창문을 닦았다.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희미한 불빛이 번졌다.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려 했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 그리고 누나.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릴 적, 누나는 항상 그를 감싸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얼굴조차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전화기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이야, 동주야.”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 심장이 요동쳤다.

 

“누나?”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억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둡고 차가운 방 안, 낮게 울리는 숨소리, 그리고 손을 꼭 잡고 있던 누나의 따뜻한 손길. 하지만 그 기억은 흐려졌다. 그는 차갑게 식은 손끝을 쥐었다.

“네가 보고 싶었어.”

그 한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보고 싶었을까. 사라진 시간만큼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어디야?”

“알게 될 거야.”

뚝. 전화가 끊겼다. 동주는 핸드폰을 쥐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누나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왜 이제야 나타난 걸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그의 방을 엿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골목 끝에 낯익은 실루엣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뛰었다. 몇 번을 돌아가는 길목을 지나 골목 끝에 다다랐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땅바닥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주웠다. 거기엔 단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기억해 내. 시간이 없어.”

가슴이 조여왔다. 그의 기억 속에 감춰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누나는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 그리고 왜 모든 것이 이토록 조각난 퍼즐처럼 흩어져 있는 걸까.

비가 그쳤다. 하지만 동주의 머릿속은 폭풍처럼 요동쳤다. 이제 그는 선택해야 했다. 기억을 되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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