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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새벽의 산은 고요했다. 새소리가 메아리치며 명진의 목소리를 덮었다. “기영아, 아빠 말 잘 들어.”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빠는 이제 홀가분해지고 싶어. 혼자 자유롭게.” 기영을 향한 마지막 말이었다. 명진은 숨을 몰아쉬며 쓰러졌다. 그의 신음이 바람에 섞였다.

 

라 여사는 무거운 눈빛으로 덕희를 바라봤다. “교수님이 특이한 부탁을 하셨죠. 기억나세요?” 그녀는 과거를 떠올렸다. “갑자기 산을 사겠다고 하셨어요. 들개가 득실대는 곳으로.” 덕희는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 여사는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미행했어요. 고민 끝에 경찰 대신 살렸죠.”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이미 뇌 손상으로 자신을 잊었다. “노숙자 신분으로 입원시켰어요. 3개월 전 요양원에서 죽었죠.” 덕희는 침묵했다.

 

 

 

세옥은 멧돼지 울음소리에 총을 겨눴다. 탕. 또 탕. 서 실장이 소리쳤다. “그만 죽여요!” 세옥은 차갑게 웃었다. “유해 조수야. 지역 사회를 지키는 거지.” 서 실장은 답답함에 물었다. “왜 이러는 거예요?” 세옥은 비웃었다. “내가 사이코패스라며? 동물 죽이는 게 기본 아니야?” 서 실장은 슬픔을 감추며 말했다. “아가씨, 지금 슬프잖아요.” 세옥은 소리쳤다. “징징대지 말고 꺼져!” 그녀의 손은 여전히 총을 쥐고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세옥은 덕희와 마주쳤다. “기영이까지 죽이려고?” 세옥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덕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걔가 죽으면 너 때문이지. 쓸데없이 들쑤셔서 저 꼴이 된 거야.” 세옥은 이를 악물었다. 덕희가 말을 이었다. “경찰이 죽은 여자 옷에서 개털을 찾았어. 내 손은 점점 둔해지고, 너도 수사선상에 오를 거야.” 세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안 잡히려면 선생님 수술해야겠죠?” 덕희는 코웃음을 쳤다.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해.”

 

약국 창고는 잿더미였다. 세옥은 불타버린 개집 앞에서 무너졌다. 박 순경이 다가왔다. “다행히 집은 괜찮아요. 창고만 탔어요.” 세옥은 흐느꼈다. “개집이에요.” 그녀는 잿더미를 헤집으며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렸다. 현호가 물었다. “누전이라고 하기엔 이상한데?” 서 실장은 한숨을 쉬었다. “아가씨가 누전이라 했어요. 경찰 그냥 보냈죠.” 세옥은 아무 말 없이 폐허를 바라봤다.

 

현주는 덕희와 마주 앉았다. “양 경감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아는 거지?” 그녀는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덕희는 담담히 말했다. “난 몰라. 관심 없어.” 현주는 웃으며 말을 돌렸다. “정세옥, 그 망나니 제자 찾고 있죠? 양 경감 만난다고 했는데, 교수님도 관심 있을 거예요.” 덕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부터 만나.” 현주는 여유롭게 캔을 내려놓았다. “생각해 보죠.”

 

세옥은 배 위에서 서 실장과 다투었다. “필리핀 가자. 병원 차리면 돼.” 서 실장은 소리쳤다. “저 식당 때문에 사람도 죽였으면서 어딜 간다고요?” 세옥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가자는 데면 넌 따라갈 거잖아.” 서 실장은 절망했다. “아무 데나 어떻게 따라가요?” 사이렌 소리가 그들의 다툼을 삼켰다. 세옥은 차가운 바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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