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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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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isneyplus

장례식장은 차갑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정지안은 검은 상복을 입고 홀로 서 있었다. 삼촌 정진만의 영정 사진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머더헬프.”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촌의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그의 죽음 뒤에 드러난 비밀의 단서였다.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지안은 삼촌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경찰은 자살이라 단정했다. 목을 칼로 찌른 상처, 혼자서 가능하다는 부검 결과. 하지만 지안의 직감은 그 말을 거부했다. 삼촌은 강한 사람이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을 꽉 쥐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삼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조문객들이 드나들었다. 택시 기사라던 아저씨가 울부짖었다. “진만아!” 그는 삼촌이 동네를 구한 영웅이라며 오열했다. “니 아부지 재산 다 날렸을 때, 진만이가 돈 놓고 갔어! 우리 다 살린 거야!” 동창들은 삼촌의 과거를 떠들었다. “말벌파 행동대장이었대.” “국정원 북파 간첩 아니야?” 터무니없는 소문이 오갔다. 지안은 입을 다물고 그저 듣기만 했다. 배정민이 다가왔다. “괜찮아?” 옛 친구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그는 삼촌의 농업용 호스 사이트 리뉴얼 알바를 했었다고 했다. “기억나, 정민.” 지안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은 삼촌의 사진을 편집해 영정 사진을 완성했다. “화장실 치워놨어.” 그의 말에 지안은 고마움을 느꼈다. 장례 절차가 끝나고, 지안은 삼촌의 집으로 돌아왔다. 낡은 폰이 눈에 띄었다. 화면에 뜬 메시지. “7천만 원.” 그리고 또 하나. “187억.” 지안의 손이 떨렸다. 정민이 사이트를 열었다. “머더헬프.” 농업용 호스 사이트는 위장이었다. 그 뒤엔 다크 웹, 무기 거래 사이트가 숨겨져 있었다. “삼촌이 이런 걸 팔았다고?” 지안은 믿을 수 없었다. “권총”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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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울렸다. “진만 씨, 민혜예요.” 중국어 선생이라던 여자였다. “삼촌이 중국어를 배웠다고?” 지안은 혼란스러웠다. 삼촌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었다. 직감이 스쳤다. 집 안은 삼촌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낡은 옷장, 총알도 뚫지 못한다는 철제 가구. “22019074.” 삼촌의 마지막 말, 학번이었다. 지안은 눈물을 흘렸다. 정민이 다시 찾아왔다. “지안아, 괜찮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괜찮아.” 하지만 그 순간 결심했다. 삼촌의 비밀을 파헤치겠다고.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네.” 그녀는 삼촌의 폰을 쥐고 화면을 노려봤다. 어둠 속에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안은 숨을 고르며 폰을 켰다. “머더헬프”의 비밀이 그녀를 새로운 전장으로 이끌었다. 삼촌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녀는 그 전장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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