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헬프장례식장은 차갑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정지안은 검은 상복을 입고 홀로 서 있었다. 삼촌 정진만의 영정 사진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머더헬프.”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촌의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그의 죽음 뒤에 드러난 비밀의 단서였다.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지안은 삼촌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경찰은 자살이라 단정했다. 목을 칼로 찌른 상처, 혼자서 가능하다는 부검 결과. 하지만 지안의 직감은 그 말을 거부했다. 삼촌은 강한 사람이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을 꽉 쥐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삼촌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조문객들이 드나들었다. 택시 기사라던 아저씨가 울부짖었다. “진만아!” 그는 삼촌이 동네를 구한 영웅이라며..
세옥은 차가운 거리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휴대전화가 진동하자 화면을 확인했다. 두봉의 문자였다. “선생님 찾았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차에 올라탔다. 엔진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최덕희를 찾아야 했다. 도망치려는 그를, 죽음 앞에서조차 고집을 꺾지 않는 그를 붙잡아야 했다. 경찰서에서는 동영이 책상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최덕희, 공개 수배됐습니다.” TV에서 앵커 목소리가 울렸다. 동영은 이를 악물었다. “내가 잡는다.” 그의 눈은 날카로웠지만, 마음 한구석엔 덕희와의 거래가 무겁게 얹혀 있었다. “죽기 전에 연락한다며.” 그는 주먹을 쥐었다. 한편, 현호는 덕희와 마주 앉아 있었다. 덕희의 얼굴은 창백했다. “수술 포기하세요.” 현호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덕희는 고개를 저었다. “세옥이가 ..
바람은 차갑게 불었다. 세옥은 숨을 고르며 어두운 거리를 걸었다. 휴대전화가 진동하자 그녀는 화면을 확인했다. 우영이었다. “교수님 MRI 봤어.” 우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세옥은 이를 악물었다. “수술하면 되잖아. 내가 할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울렸다. 우영은 한숨을 쉬었다. “니 눈엔 그게 가능해 보여?” 세옥은 대답 대신 전화를 끊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 하나 없는 밤이었다. 서 실장은 창고로 쓰이는 낡은 수술실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수님 진짜 민 사장 죽였을까요?” 세옥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보았다. “죽였지.”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서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안 생기신 분이…” 세옥은 말을 끊었다. “신경 쓰지 마. 알아서 했겠지.” 그녀의 눈은 ..
배 위의 공기는 차갑고 눅눅했다.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세옥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덕희가 앞장서며 말했다. “내시경으로 코를 통해 들어와.” 세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덕희의 손을 좇았다. 떨림이 있었다. “손에 문제 있어요.” 세옥이 나직이 말했다. 덕희는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떴다. “고집부리지 말라고요.” 세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환자, 김은태가 누워 있었다. “여자라고만 했지, 이렇게 애기일 줄은 몰랐네.” 은태의 농담에 세옥은 피식 웃었다. “100살 넘으신 거 같은데, 이 수술 하셔야겠어요?” 그녀의 대꾸에 현주가 당황하며 끼어들었다. “야, 씨XX.” 은태는 웃으며 말했다. “수술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해 봐.” 세옥은 차분히 종양 제거 계획을..
새벽의 산은 고요했다. 새소리가 메아리치며 명진의 목소리를 덮었다. “기영아, 아빠 말 잘 들어.”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빠는 이제 홀가분해지고 싶어. 혼자 자유롭게.” 기영을 향한 마지막 말이었다. 명진은 숨을 몰아쉬며 쓰러졌다. 그의 신음이 바람에 섞였다. 라 여사는 무거운 눈빛으로 덕희를 바라봤다. “교수님이 특이한 부탁을 하셨죠. 기억나세요?” 그녀는 과거를 떠올렸다. “갑자기 산을 사겠다고 하셨어요. 들개가 득실대는 곳으로.” 덕희는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 여사는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미행했어요. 고민 끝에 경찰 대신 살렸죠.”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이미 뇌 손상으로 자신을 잊었다. “노숙자 신분으로 입원시켰어요. 3개월 전 요양원에서 죽었죠.” 덕희는 침묵했다. 세옥은 멧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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