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심 한복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빠르게 울리는 추적기의 경고음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한도와 기호는 팀장님의 마지막 신호가 잡힌 위치를 확인하며 골목길을 질주했다. "떴다! 형, 떴어요, 떴어!" 기호가 소리치자 한도의 얼굴에도 희미한 안도감이 스쳤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순간이었다.오소룡의 행방이 묘연한 지 벌써 몇 시간.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지친 상태였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팀장님!" 한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응답이 없었다. 골목길 사이,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형, 어디 가요!" 기호가 소룡을 따라 좁은 문을 통과했다. 문 너머는 버려진 창고였다. 오래된 철제 선반들 사이로 한줄기 빛이 스며들었고, 그곳에 오소룡이 쓰러져..
트리거 어셈블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리쳤다."조진만 의원님! 한주의 공식 입장 발표 언제 하십니까?""오소룡 PD님, 기자 회견 보셨습니까?"소룡은 사람들 틈에 서서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다루는 이야기가 이제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야기 좀 하죠."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소룡이 몸을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한때 신뢰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계를 풀 수 없는 상대였다."이제 멈춰야 해." 상대가 낮게 말했다. "너도 알잖아. 선을 넘으면 돌아갈 길이 없다는 걸."소룡은 피식 웃었다. "선을 넘은 건 나만이 ..
오, 소룡 소룡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귓가에는 자신의 숨소리만 들렸다. 목표물은 가까웠다. 주머니 속에서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10분 후, 후문에서.' 익숙한 번호였다. 그는 오래된 건물의 후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멘트 벽에는 습기가 가득 배어 있었고, 불빛 하나 없는 골목은 음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소룡?" 작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오랜만이야." 그 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어두운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였다. "이제 와서 무슨 일이야?" 소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상대는 ..
조해원 조해원의 이름이 사건과 함께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다. 어두운 방 안, 노트북 화면에는 해원이 단독 취재한 기사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범죄 조직과 정치권의 검은 커넥션, 사라진 증인들, 그리고 최근 벌어진 의문의 실종 사건까지. 해원은 자신의 기사들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곱씹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한도에게 걸려온 전화는 짧고도 날카로웠다. "조해원이 위험해졌어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는 휴대폰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험하다니, 무슨 말입니까?" 상대방은 더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 짧게 덧붙였다. "시간이 없어요. 찾으러 가야 합니다." 도시의 어둠을 가르며 차가 달렸다. 목적지는 해원의 집.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한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엉망이 된 거실이었..
사라진 목격자 와인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어두운 조명이 깔린 분위기 좋은 바에서 해원과 한도는 마주 앉아 있었다. "편하게 와인 한잔할 수 있는 곳이 여기예요?" 해원이 물었다. 한도는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요즘 힙한 사람들은 다 이런 데서 마시거든요." 그 순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 "형님, 핸드폰." 누군가 급하게 다가오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도는 찌푸린 얼굴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화면에는 익숙한 번호가 떠 있었다. "왜 나예요?" 한숨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팀장님 두고 왜 사람 귀찮게…" 하지만 상대방은 단호했다. "모르시는 건 PD님인 것 같은데요. 같이 일하는 나보다 한 번 본 그쪽이 더 잘 안다?"한도는 주위를 둘러봤다. 바의 분위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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